거품이 꺼진 후에 남는 진실

김우진

CEO

2023. 7. 19.

스타트업을 정의하는 표현은 참 많습니다. 설립된 지 오래되지 않은 신생 기업. 확장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는 회사. 혁신적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보유한 창업 팀. 사전적으로 딱 떨어지는 정의를 찾기 어려운 이 '스타트업'이라는 개념은, 외부에서 선망하던 지난 시절보다 오히려 창업 만 3년이 넘은 지금 제게는 더욱더 정의하기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사실, 스타트업이 대단할 정도의 혁신적인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처음부터 가지고 있지 못할 때도 많습니다. 그리고 '스타트업'하면 '차고(garage)'에서 시작하여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몇몇 글로벌 테크 회사들을 떠올리지만, 스타트업이라고 항상 엄청나게 확장성 있는 비즈니스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한, 설립된 지 오래되지 않은 '신생 기업'이라고 늘 '스타트업'으로 정의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참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이지만, 그런데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스타트업'에 대한 정의는 '어떠한 문제와 해결책에 대한 가설을 가진 조직'입니다.

스타트업은 아이러니하게도 누구나 보기에 '당연하고 논리적인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점에서 책을 사던 게 당연하던 시절, 온라인으로 사람들이 책을 살 것이라는 그 가설. 사람들이 잘 안 쓰는 중고 물건을 온라인으로 올리고, 아빠들이 동네에서 중고 거래를 할 것이라는 그 가설. 스타트업이 발견하는 수많은 문제들, 그리고 제시하는 해결책들이 처음에는 그저 '가설', 때로는 헛소리처럼 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러한 시선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는 진지한 고민으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미친 사람들이 있기에, 존속적 성장을 넘어서는 파괴적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거대한 비전을 품고 빠른 속도로 시행착오(Fast Fail)를 거듭하는 초기의 창업팀에게는 '문제 해결'만큼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어떠한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찾았을 때, 그때 비로소 생각해 볼 가치를 논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기에 스타트업은 법적으로는 기업이지만, 외부의 시선으로 보기에 일반적인 전통 기업보다는 부족한 것이 참 많을 수도 있습니다. 초기의 스타트업은 회사의 비전과 계획을 대외적으로 잘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PR팀도 갖추기 어렵고, 실은 수많은 가설검증을 빠르게 진행하면서 하루하루 너무나 많은 것들이 계속해서 변화하기 마련이더라고요.

비즈니스캔버스도 이러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다 보니 얼마 전 창업 3주년을 맞았습니다. 지난날 저 스스로가 외부자일 때 스타트업을 바라보았던 시선들 - 기하급수적이며 드라마틱한 성장과 실패 스토리, 화려한 Exit과 엄청난 투자금, 막연하게 불안하다고 여겼던 리스크들까지, '내부자'가 된 이제는 어쩌면 그 시선이 조금 더 편향적으로 바뀌었을지도 모릅니다. 진실을 바라보는 광범위한 스펙트럼에서 제가 지난 3년간 느끼는 단 하나의 진실이라고 한다면, 이 정의하기조차 어려운 '스타트업'이라는 개념 아래에 같이 모인 그 사람들의 진심인 것 같습니다. 창업자든, 대표든, 팀원이든, 스타트업이라는 세계를 이루고 있는 수많은 사람과 지난 3년간 인연을 만들며, 저는 정말 많은 사람이 얼마나 '진심'으로 저마다의 `과정`을 만들어가는지 목격했습니다.

스타트업이 이야기하는, 어쩌면 터무니없이 커 보이는 망상과 같은 비전. 실적에 비해 때로는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기업가치. 아직은 불안정하기에 따라오는 어설픈 실수와 사고들. 그리고 허황한 무언가를 좇는 사람들로 치부되며 따라오는, 가끔은 따가운 눈초리들.

이 모든 것도 스타트업이 숙명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시선들이기에, 부족함을 스스로 가장 잘 알기에 우리네는 쓰라린 오늘을 집어삼키며 더 성장하는 내일을 다짐하며 쪽잠을 자는 사람들이 참 많을지도 모릅니다. 저희 비즈니스캔버스도, 아직은 대단한 결과를 낸 '기업'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아직 우리가 원하는 결과는 조금 더 먼 발치에 있지만, 아직 우리 꿈에 비해 부족한 결과만으로 오늘의 비즈니스캔버스가 있기까지 지난 시간을 채워준 우리 소중한 팀원들, 그리고 이 여정을 도와준 수많은 인연들은 부정하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우리의 이 고맙고 소중한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만들어갈 미래를 조금이나마 더 잘 오해 없이 공유해나갈 수 있을까 고민해보았습니다.

'사람이 위대한 것은 목적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목적에 이르는 과정에서 겪는 변화 때문이다.' 랄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

저희는 '비즈니스캔버스'입니다. 주주들의 신뢰를 잃지 않는 주식회사로서, 고객들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으로서 우리는 '비즈니스'를 하는 조직입니다. 저희 회사의 모든 구성원은 하나의 비전을 가지고 영리적 이윤을 통해 지속적이며 확장적인 가치를 만들어 나갈 것이며, 이러한 비즈니스의 결과는 숫자를 통해 매년 투명하게 공유될 것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저희는 수많은 다양한 꿈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캔버스'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굴곡을 가진 곡선들이 존재하며, 때로는 의아하지만 때로는 아름다운 하모니를 낼 수 있는 무한한 캔버스를 가진 소중한 사람들의 집합체입니다. 그 안에는 건강한 꿈을 가지고 함께 성장해나가는 비즈니스캔버스 구성원들, 우리와 함께 성장하는 고객사의 임직원분들, 또 우리의 꿈을 믿어주시는 주주분들과 파트너, 서포터분들이 계십니다.

모든 계획이 그러하듯, 때로는 목표한 숫자보다 덜, 때로는 더 나올 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숫자와 결과를 넘어, 우리는 비즈니스캔버스라는 하나의 여정을 통해 우리가 이뤄나가는 성장, 건강하게 생태계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긍정적인 변화들 역시도 저희를 믿어주시는 여러분들과 진솔하게 나눠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아직 부족하고 서툴지만, 용기 내어 이 뉴스룸을 시작합니다. 좋은 과정으로, 또 좋은 결과를 만들어 보고자 하는 저희 비즈니스캔버스의 여정에 언제든, 동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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